논문제목 : 근세 지식인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의 기행문 속 지리지식과 여행의 의의
저자 : 최승은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등재지 : 「일본어문학」86
발행처 : 일본어문학회
주제어 : 貝原益軒、木曾路之記、西北紀行、紀行文 (가이바라 에키켄, 기소지노키, 세이호쿠키코, 기행문)
<요약>
인간은 삶을 영위해 나아가는데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 중에서도 지리 지식은 삶의 공간적 영역을 확대하면서 생존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오래 전부터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지리 지식이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지리 지식은 권력 계급의 통치 행위와 연관되어 왔다. 지리 지식을 담은 각종 지리지는 통치지배 수단의 확보라는 명목 하에 관(官) 주도 하에서 편찬되었으며, 나아가 사적인 기행 문학조차 상류 계층의 전유물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여행을 위해서는 이동경로, 목적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필요로 하는데, 근세 이전의 상류 계층은 한문체 기행문학이나 지리지 등을 통하여 이를 획득하였다. 이에 반해 일반 서민 계층은 이동에 제약이 있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설사 이동이 자유롭다하더라도 한문체 독해의 어려움으로 인해 한정된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지리 지식을 담고 있는 서적을 쓰고, 읽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신분을 증명해 주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수의 지리 및 여행 관련 서적이 상업 출판되었던 일본 근세는 지리 지식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근세 초기 대중을 위한 다수의 지리서와 기행문을 저술한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 1630-1714)의 역할은 실로 다대하다고 할 수 있다.
가이바라 에키켄은 에도 전기의 유학자이자 본초학자, 의사, 교육 사상가로서 후쿠오카번의 번사(藩士)였다.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에키켄을 가리켜 ‘일본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칭했을 만큼 철학, 의학, 수학, 음악, 천문에 이르기까지 학문영역이 광범위했으며 풍부한 학문과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다방면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특히 업무상 이동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여행에 흥미가 많았던 에키켄은 자신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의 기행문을 남겼다. 그의 첫 기행문인 『조쇼쿠키코(杖植紀行)』 (1679년 성립)는 그의 나이 50세에 완성됐다. 늦은 나이에 첫 기행문을 완성했음에도 생애에 걸쳐 상당수의 기행문을 남겼는데, 이는 에키켄의 여행 및 지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말해준다. 번령에 의해 작성한 『지쿠젠노쿠니조쿠후도키(筑前??風土記)』 (1703년 성립)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토대로 하여 사적(私的)으로 편찬한 기행문이다. 에키켄은 평소 여행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관심을 바탕으로 다수의 여행기를 저술했으며, 에키켄 기행문과 관련해서는 근세 관광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많은 연구 실적이 누적되어 왔다. 에키켄 기행문이 가지는 특징에 대하여 이타사카 요코(板坂耀子)는 형식적으로는 평이한 와문(和文)을 사용하고, 내용적으로는 지지(地志)적, 객관적, 실용적이라고 정리했다. 또한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여행의 고단함 혹은 도읍을 떠날 수밖에 없음으로 인한 ‘슬픔(憂い)’으로 대표되며 개인적 기술이나 주관적 술회로서의 근세 이전의 기행문과 일선을 긋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노우에 다다시(井上忠)는 청신(淸新)한 사실을 토대로 각 지방의 독특한 자연미는 물론, 산업과 지리를 기록한 것은 기존 기행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에키켄 기행문만의 특징이라고 평했으며, 마에노 기요시(前野喜代治)는 평이하고 유려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어 촌부야인일지라도 이세참배, 후지, 교토, 야마토의 견물 등의 안내서로 활용되었으며, 이러한 점은 후대 여행서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고, 이는 이민후생이라는 에키켄의 정신의 발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조적 기행문의 틀을 벗어나 실제 여행서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저술한 것으로부터 실학이라는 그의 사상적 원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선행 연구에서는, 기행문 작품에 나타난 특징을 통하여 에키켄 기행문을 평이적, 객관적, 실용적으로 정리하고 이것이 당대의 실학이라는 사상적 배경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하는 논지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사회적 존재인 이상, 저술활동 역시 사회와 시대의 사상과 무관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근세의 쇄국 체제 하에서 현실성, 실용성, 실증성, 실천성 등을 지향하는 양상은 농학, 와산(和算), 본초, 의학, 지리, 역사, 경제, 법제 등 제학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양상 자체가 곧 근세에 발현된 ‘실학의 흥륭’으로 칭해지는 만큼, 에키켄의 기행문에 나타나는 특징 역시 실학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다방면의 지식에 정통했던 에키켄의 지식과 학문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기행문에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그가 말하는 여행의 방식을 통해 여행의 의의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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